감기 걸린 물고기
박정섭 지음 / 사계절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장면을 설명하는 글 대신 아귀와 물고기 떼가 주고받는 대화로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다. 캐릭터들의 성격이 살아 있는 ‘날 생선’ 같은 문장들로 배짱 좋게 밀고 나간다. 여기에 세심하게 디자인된 타이포그래피가 읽고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아귀의 거짓 소문에 휘둘리는 물고기 떼의 모습은 답답하기도, 얄밉기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그들의 말과 행동이 우리 안의 어떤 모습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블랙코미디를 떠올리게 하는 마지막 장면은 쌉쌀한 여운을 남긴다. 책을 덮으며 ‘나라면 어땠을까?’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