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의 길 > 이달의 걷기 좋은 길

여름의 끝자락인 9월 구례에서 만나는 명품 산책로 : 천은사 소나무 숲길 과 수변산책로

2025년 9월 구례 걷기 좋은 길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9월, 왠지 모르게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계절입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깨우고, 뜨거운 태양 아래 지쳤던 마음에 쉼표를 찍어줄 걷기 좋은 길을 찾는다면 지리산의 정기가 서린 구례 천은사를 추천합니다.

장장 32년간 이어져 온 입장료 갈등을 해결하고 모두의 품으로 돌아온 천은사. 이제는 누구나 부담 없이 사찰의 고즈넉함과 그를 둘러싼 천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천은사의 백미로 꼽히는 '소나무 숲길'과 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수변산책로'는 늦여름과 초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입니다.

※ 글·사진 : 구례군 문화관광해설사 임세웅

마음을 비우고 역사를 품다, 천은사 지리산 3대 사찰(화엄사, 쌍계사, 천은사) 중 하나인 천은사는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처음 이름은 '감로사'였지만, 절 안의 샘물을 마신 뱀이 죽은 뒤 샘이 솟아나지 않자 '샘이 숨었다'는 뜻의 '천은사(泉隱寺)'로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경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지리산의 맑은 계곡물이 모여 만들어진 천은저수지와 아름다운 수홍루(垂虹樓)의 반영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수홍루는 '무지개가 드리운 누각'이라는 뜻으로, 누각 아래를 흐르는 물줄기와 주변 풍경이 어우러져 방문객들의 발길을 오랫동안 붙잡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단정하고 기품 있는 전각들을 둘러보며 잠시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천년 고찰이 품은 고요함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솔향기 가득한 치유의 길, 소나무 숲길 천은사 일주문을 지나 수홍루에 이르기 전, 왼쪽으로 난 작은 길로 들어서면 바로 그 유명한 '소나무 숲길'이 시작됩니다.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은 소나무들이 터널을 이루는 이 길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짙은 솔향기가 온몸을 감싸며 머리를 맑게 해줍니다. '저절로 힐링이 된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는 심신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천천히 심호흡하며 숲의 건강한 기운을 가슴 깊이 들이마셔 보세요.
발아래 폭신하게 깔린 흙길을 밟는 소리, 바람에 소나무 가지가 스치는 소리,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완벽한 자연의 ASMR을 선사합니다.
숲길 곳곳에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멋스러운 소나무들이 많아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 특히 구불구불한 모양이 인상적인 '명품 소나무'는 꼭 찾아보세요.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흙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으며, 길이는 약 800m 정도로 부담 없이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지리산의 반영을 따라 걷다, 수변산책로 소나무 숲길이 끝나면 눈앞이 탁 트이며 고요한 천은저수지와 그를 둘러싼 '수변산책로'가 나타납니다. 이 길은 천은사와 구례군, 국립공원공단 등이 오랜 갈등을 풀고 함께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상생의 길'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